본문 바로가기

과신뷰/기자단 칼럼88

미네르바의 부엉이와 새로운 천사 헤겔 철학의 푯대는 진보다. 개인과 민족과 국가 그리고 세계사의 행보는 프로메테우스적이지 않고 날갯짓하는 미네르바의 부엉이와 같다. 역사는 불을 훔친 죄로 독수리에게 끊임없이 반복해서 간을 쪼아 먹히는 프로메테우스나 발이 묶인 채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형벌에 처한 시지푸스가 아니라 어둠의 현실 속에서 과거를 등지고 미래의 새로운 빛의 세계를 내다보며 비상을 시작하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다. 다시 말해 역사는 동일한 질서의 영원한 회귀와 원운동을 가리키는 것이라 오해할 수 있으나 생동하는 움직임인 생성과 소멸 그리고 새로움이 등장하는 원운동이며 진보와 발전을 향해 고양되어 간다. 나는 헤겔의 역사관에 불만이 스멀거린다. 헤겔의 역사는 달콤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향해 부단히 날갯짓을 하기에 분주하다. 과거.. 2021. 6. 8.
슈타인형! 세상이 왜 이래 -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알버트 아인슈타인, 강승희역, 호메로스출판사)를 읽고 - 과학과 신학의 대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인슈타인을 지나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1905년 꿈에 그리던 박사학위 취득에 실패하고, 25세의 나이로 스위스 베른의 한 특허국 사무실에 앉아 앙리 푸엥카레의 책을 읽는 아인슈타인을 상상해 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장소와 시간에서 아인슈타인은 그해 3월부터 9월까지 고전역학을 대신할 새로운 역학을 발표해 버립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탄생이었습니다. 상대성 이론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유명한 E=MC^2라는 공식은 같은 해 9월 3쪽짜리 각주 같은 논문에서 소개되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진정한 개척자가 아니라 로렌츠와 푸엥카레의 이론을 표절한 표절자라는 주장도 있.. 2021. 6. 8.
제26회 콜로퀴움 "창조-진화 논쟁의 역사와 쟁점" 리뷰 제26회 콜로퀴움은 「창조-진화 논쟁의 역사와 쟁점」이라는 주제로 창조-진화 논쟁의 발상지인 미국을 중심으로 논쟁의 역사와 주요 인물들을 살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은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박희주 교수님께서 수고하여 주셨습니다. 교수님은 호주 The University of Melbourne, Ph.D.(과학사 전공) 및 한국과학사학회 회장을 역임하셨습니다. 본 기사는 강연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내용입니다. 주요 내용은 1920년대 반진화론 운동과 1960년대 창조론 운동이며, 그에 따른 스코프스 논쟁과 아칸소 법정 논쟁을 비중 있게 다룹니다. 1859년, 찰스 다윈의 출간은 기존의 기원에 대한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계기가 됩니다. 진화론은 미국에서 대부분의 과학자가 수용하게 되고 중.. 2021. 6. 7.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2) 컬처노믹스 구글은 현재 데이터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데이터로 과거의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분석하고 있습니다. 구글 도서관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2,000만 권 정도를 데이터화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일반 도서관처럼 책을 디지털화하여 단순히 온라인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구글은 책 내용을 데이터화하여 유용한 분석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책의 저자, 출판 연도, 출판 지역 등의 정보와 함께 그 책에 어떤 단어가 몇 번 나오는지 세어서 연도별 지역별 다양한 통계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특정 해에 ‘노예’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습니다. 왜 많이 나오는지 조사해보니 그 해에 남북전쟁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 많이 나온 해는 시민운동이 많았던 해입니다. 노예제.. 2021. 5. 3.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1) 이 글은 2017 가을 카오스재단의 강연 “미래과학”에서 [구글 신은 아직도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한 카이스트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의 강연과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2017년 강연 동영상은 어떤 이유인지 일부 삭제되어 카오스재단의 홈피에서도 찾을 수 없으나, 다행히 같은 강사가 다른 곳에서 같은 주제로 강연한 내용과 글이 있어 보완하여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강연 내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강연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도 보완하여 작성되었기 때문에 연사의 견해와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2021년 3월호에 실린 [디지털 인문학과 데이터 과학]과 연관하여 보시면 좋습니다. 현대 사회는 복잡계 네트워크 현대 사회는 매우 복잡합니다. 그래서 사회가 어떻게 .. 2021. 4. 30.
프롤로그: 섹슈얼리티란 무엇인가 프롤로그: 섹슈얼리티란 무엇인가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너무 싫었습니다. 하나의 하늘과 하나의 땅에 살고 있는데, 남자와 여자는 마치 완전히 서로 다른 고립된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분리감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남자반과 여자반이 분리되면서 비로소 남성으로서 교육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천성적으로 전혀 남성적인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남자아이들의 거친 행동에 놀림감이 되거나 두들겨 맞기 일쑤였습니다. 활달했던 저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혼자 공상에 빠지는 시간이 늘어갔지요. 그때 내 마음 속에 깊이 다가와 쓰다듬어 주시던 여자 담임 선생님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남성의 거친 세계 안에서 짓밟히고 외로워하던 어린 .. 2021. 4. 7.
무덤 속 예수 무덤 속 예수 눈 깜짝할 사이에 3월이 반절이나 지났습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별문제 없이 평탄하게 일상의 삶을 살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일터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꼬박꼬박 8시간을 지냈고 남은 시간 동안에 책을 읽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일의 반복이었습니다. 물론 시간의 내용을 펼쳐보면 맨질맨질 고르고 평탄한 시간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거기에는 매 순간 갈등도 있고 대립도 있고 뚫고 나가야 할 어려움과 문제들도 있고 결정해야 할 사안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견디기 힘든 지루하고 골치 아픈 문제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또 어찌어찌 살아내고 견디고 흘렀습니다. '사느라고 애쓴다'는 말은 내 힘으로 살아 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 2021. 4. 6.
다윈주의의 도전! 숙제인가, 선물인가? 다윈주의의 도전! 숙제인가, 선물인가? - 24회 과신대 콜로퀴움 리뷰 - 이번 24회 과신대 콜로퀴움은 현재 감리교신학대학교 종교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장재호 교수의 강연을 통해 창조와 타락이라는 중심 주제가 현대 과학과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고로, 장재호 교수는 2015년 이란 제목으로 과학과 종교 포럼(Science and Religion Forum)에서 주관하는 피콕 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마크 해리스의 『창조의 본성: 성서와 과학 사이에 다리 놓기』를 번역하였습니다. 다윈주의 하면 신앙적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들까요? 한 때 문자주의적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저로서는 일반 교인들이 다윈주의에 대해.. 2021. 4. 6.
"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을 읽고 / 앤 드루얀과의 데이트 450여 쪽의 《코스모스 – 가능한 세계들》을 읽는 내내, 칼 세이건의 소울메이트인 앤 드루얀 여사와 아주 달콤하고 아름답고 가슴 저미는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생생한 삶과 죽음의 현장과 관계없는 과학은 한가한 지적 유희일 뿐입니다. 앤 드루얀 여사는 과학을 삶과 죽음의 현장인 우리의 일상, 그러나 극미와 극대의 우주적 일상으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멸망시키지 말고, 사는 쪽을 택하세요!”라고 말합니다. 다음은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10가지 말들과 개인적 소감들입니다. 1. 우리는 어떻게 하면 깨어날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구나 우리 존재가 미래에 미칠 영향을 오싹하게 느낀다. 누구든 마음 한구석에서는 우리가 당장 깨어나서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우리 스스로는 감당할 필요가.. 2021.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