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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제26회 콜로퀴움 "창조-진화 논쟁의 역사와 쟁점" 리뷰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6. 7.

 

제26회 콜로퀴움은 「창조-진화 논쟁의 역사와 쟁점」이라는 주제로 창조-진화 논쟁의 발상지인 미국을 중심으로 논쟁의 역사와 주요 인물들을 살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은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박희주 교수님께서 수고하여 주셨습니다. 교수님은 호주 The University of Melbourne, Ph.D.(과학사 전공) 및 한국과학사학회 회장을 역임하셨습니다.

 

본 기사는 강연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내용입니다. 주요 내용은 1920년대 반진화론 운동과 1960년대 창조론 운동이며, 그에 따른 스코프스 논쟁과 아칸소 법정 논쟁을 비중 있게 다룹니다.

 

185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출간은 기존의 기원에 대한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계기가 됩니다. 진화론은 미국에서 대부분의 과학자가 수용하게 되고 중등교육과정에도 도입됩니다. 1880년경에 진화론이 교과서 등장하여 중등교육에서 대학교육에까지 퍼져 나가게 됩니다. 그 후의 이야기들을 주요 연대별로 정리하였습니다.

 

<1900년 전후 : 근본주의자들의 침묵>

이 시기에 기원에 대해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진화론이 식물학 교과서에 도입됩니다. 그러나 기독교계에서는 조직적인 반대가 등장하지 않았고 근본주의자들도 진화론에 침묵합니다. 이유는 그 당시 중등 교육의 부재로 별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진화론보다는 오히려 자유주의 신학의 고등 비판이 더 문제였고 그것만으로도 버거웠으며 진화론은 그때까지는 관심 밖의 일이었습니다.

 

<1920년대 : 반진화론법의 등장>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진화론의 문제를 인식하여 과연 어디가 문제일까를 고민하다가 진화론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에 관심을 두게 되고 마침내 반진화론 운동을 일으킵니다. 이때 반진화론 운동의 핵심 인물이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William Jennings Bryan, 1860-1925)이라는 거물급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는 변호사이자 법률가였으며 세 번이나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추대되기까지 하였습니다. 반진화론법이 미국 사회에 급속하게 퍼져가게 되었고, 테네시(1925)와 미시시피(1926), 그리고 아칸소(1928)에서는 공립학교의 진화론 교육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반진화론법이 통과됩니다. 이 반진화론법의 논지는 교육의 형평성을 유지하자는 것입니다. 생물학 교과서에 진화론만 있게 되면 교육의 형평성에 맞지 않으니 이미 사라진 특별 창조설과 함께 진화론도 제거하자는 논리였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자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은 “이 법의 실효성을 법정에서 시험하고자 합니다. 이에 자원할 테네시주의 교사를 찾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지역 신문에 광고를 싣습니다. ACLU가 이런 움직임을 펼친 데에는 창조와 진화를 이슈화시켜서 시민단체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숨은 의도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당시 센트럴 고등학교의 생물학교사이자 체육교사였던 존 스콥스(John T. Scopes)를 설득하여 진화론을 가르치게 하였고 결국 그는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지게 됩니다. 이 재판은 테네시주의 데이턴 유지들의 바람대로 널리 알려지게 되고 미국은 물론 유럽을 비롯한 세계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며 스코프스는 100달러의 벌금 내고 패소하게 됩니다. 근본주의자들은 비록 재판에서는 이길 수 있었으나 반과학적인 모습으로 보이게 되었고, 회복되기 힘든 이미지 손상을 입게 됩니다.

 

<1930~1960년대 : 소강상태>

스코프스 재판의 영향으로 진화론은 고등학교 생물학 교과서에서 거의 사라지게 됩니다. 논쟁적인 주제가 교과서 판매량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을 염려한 교과서 출판업자들이 진화론을 기피하였고 교사들도 학부모 반대 등의 이유로 논쟁을 피하였기 때문입니다. 1933년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 교사들의 절반 정도가 진화론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습니다. 진화론자들은 1920년대 여론에서는 승리하였으나 가장 중요한 대결장인 고등학교 생물학 교육에서는 패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의외의 사건으로 이런 논쟁은 종결됩니다. 왜냐하면, 1960년에 소련이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SPUTNIK)를 쏘아 올리는 데 성공하였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미소 냉전 시대의 미국에는 엄청난 충격이었을 뿐만 아니라 대륙 간 탄도탄 경쟁도 러시아에 뒤지는 안보적 이슈로 발전하게 됩니다. 결국, 미국 과학 교과 과정을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었고 사라졌던 진화론이 생물학 교과서에 복귀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교육의 형평성에 의해 창조론도 가르치게 됩니다.

 

<1970년대 : 과학적 창조론과 동등시간법>

이 시기에는 창조론과 진화론이 다시 한번 법정 논쟁을 벌이게 됩니다. 진화론을 교과서에서 뺄 수 없게 되자 같은 논리적 귀결로 창조론도 넣을 것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미국 헌법에 의하면 국가 공공 기관인 공립학교에서 종교를 가르치는 행위는 위헌이었던 것입니다. 만일 창조과학이 종교라면 이 법에 의해 공립학교 교과서에는 삽입 불가한 것입니다. 이 문제를 우회해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과학적 창조론”입니다. 창조론을 ‘성서적 창조론’과 ‘과학적 창조론’으로 나누고 후자만 교과서에 삽입할 것을 요구하는 전략이었습니다.

 

1970년대 말, 창조론자들은 ‘동등시간법’(Equal-Time Law)을 고안해냅니다. 진화론을 1시간 교육했다면 창조 과학도 1시간 교육하자는 것입니다.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캠페인이 미국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되었습니다. 1981년 아칸소와 루이지애나 주 의회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스코프스 재판을 유도한 바 있는 미국시민자유연대(ACLU)가 다시 나타나서 이 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소송 제기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1981년 아칸소 법정 논쟁입니다. 교육, 종교, 과학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들 동원하여 법정 논쟁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때 주목을 받은 인물이 진화론측 전문가인 생물철학자 마이클 루스입니다. 그는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님을 주장하며 과학이 되기 위한 5가지 기준을 제시합니다.

 

▶ 과학이 되기 위한 5가지 기준 (마이클 루스)

 

(1) 과학은 맹목적이고 변치 않는 자연의 규칙성에 기초해야 한다.

(2) 과학은 자연법칙에 의해 설명가능 해야 한다.

(3) 과학은 경험적 실재에 비추어 검증 가능해야 한다.

(4) 과학은 반증 가능해야 한다.

(5) 과학은 잠정적이어야 한다.

 

재판정은 위 기준에 비추어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니라고 판정을 내리게 되고 창조과학은 패소하게 됩니다.

 

 

<결 론>

창조와 진화의 논쟁을 이끈 핵심 동력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로부터 나옵니다. 이들의 시각에 의해 전체적인 논쟁 구도가 형성이 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시각에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 오류가 존재합니다.

 

첫째, 기원문제에서 창조와 진화, 이 두 가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입장이 존재합니다. 창조와 진화를 융합한 중간적인 입장도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유신론적 진화론을 들 수가 있습니다. 기원문제는 과학관과 신학관에 의해 굉장히 폭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젊은 지구 창조론, 오랜 지구 창조론, 지적설계론, 유신론적 진화론, 범신론적 진화론, 무신론적 진화론, 과학으로서의 진화론 등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둘째, 창조냐 진화냐 라는 프레임 자체가 오류입니다. 이는 근본적인 범주 오류에 속합니다. 창조는 창조의 주체, 즉 누가(Who)에 대한 답변이며 그의 관심사에 관한 탐구입니다. 한편, 진화는 어떻게(How)라는 과정에 대한 답변입니다. 전혀 다른 관심사이고 다른 답변입니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를 배척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 오류입니다. ‘누가와 어떻게’를 좀 더 자세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 누가(Who) : 누가 혹은 무엇이 이 우주를 만들었을까?

사물이 존재하게 된 궁극적 원인을 묻는 질문(창조의 주체를 묻는)이며 그 답변은 종교 혹은 철학의 영역입니다. 과학 역시 원인을 다루기는 하지만 이는 ultimate cause가 아닌 proximate cause입니다.

 

▪ 어떻게(How) :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면 어떻게 창조했을까?

신이 “어떻게” 우주를 창조했는지는 신의 창조 행위에 대한 탐구이며 이는 신만이 아는 영역입니다. 신의 손길이 이 세계와 어떻게 닿아 있는가? 어떻게 무에서 유로,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신과의 접촉점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관찰 가능하고 실험 가능한 영역 내에서만 그리고 인간의 편에서만 접근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자연현상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현대 과학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창조와 진화는 다른 질문에 대한 전혀 다른 답변이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념적 과학적 성향에 따라 둘 다를 취할 수도 있고 둘 다를 배격할 수도 있으며 한쪽을 취하고 다른 쪽을 버리거나 다른 쪽을 버리고 이쪽을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조합을 우리가 가지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창조와 진화 모두 선택하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유신론적 진화론이 바로 그런 입장입니다. 프레임 자체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근본주의가 싸워야 할 적은 과학으로서의 진화론이 아닌 무신론적 진화론이며 싸움터는 과학교육의 영역이 아닌 이념적 영역입니다.

 

끝으로, 창조와 진화 논쟁에서 떠오른 핵심 쟁점 2가지를 질문을 스스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첫째, 창조과학은 과연 과학인가?

둘째, 공립학교 과학교육에서 창조과학을 포함시키는 것이 허용되어야 할까?

 

감사합니다.

 


 

글 | 김완식 기자 (comebyher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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