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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프롤로그: 섹슈얼리티란 무엇인가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4. 7.

 

프롤로그: 섹슈얼리티란 무엇인가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너무 싫었습니다. 하나의 하늘과 하나의 땅에 살고 있는데, 남자와 여자는 마치 완전히 서로 다른 고립된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러한 분리감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남자반과 여자반이 분리되면서 비로소 남성으로서 교육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천성적으로 전혀 남성적인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남자아이들의 거친 행동에 놀림감이 되거나 두들겨 맞기 일쑤였습니다. 활달했던 저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혼자 공상에 빠지는 시간이 늘어갔지요.

 

그때 내 마음 속에 깊이 다가와 쓰다듬어 주시던 여자 담임 선생님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남성의 거친 세계 안에서 짓밟히고 외로워하던 어린 영혼에게 다가온 부드러운 여성의 손길이라고 해야 할까요?

 

선생님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남성이 될 자질이 없는 것만 같았습니다. 여자아이가 지나가면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으니까요. 단지 남자답지 못한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겪었던 정신적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은 저와 같은 문제를 겪지 않았거나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에 동성애나 트랜스젠더 등 심각한 섹슈얼리티 문제를 겪고 있는 독자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독자들에게 성은 온갖 불이익과 차별 속에서 살아야 하는 생존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성소수자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으로 인하여 아직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습니다. 기독교인조차도 엄격한 성경적 해석을 내세우는 보수적 관점과 성소수자를 사랑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진보적 관점 등으로 나뉘어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미궁 속에 있습니다.

 

 

이렇게 섹슈얼리티는 오늘날 전 세계에 걸쳐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지만, 섹슈얼리티의 본질에 대한 이해는 각양각색입니다.

 

고등학교 때 성 염색체에 대해서 배우면서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해서 배운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 염색체가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구분하는 유일한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하는 많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한편, 크리스천 커뮤니티에서 ‘성’은 금기시 되는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문화적 영향 또는 커뮤니티 성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느꼈던 크리스천의 ‘성’은 주로 불결하고 죄악시되는 그 무엇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서는 과연 ‘성’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서로 상반되는 여러 신학적 해석들이 존재하고 때로는 미궁에 빠지곤 합니다.

 

본 시리즈에서는 과학과 신학의 입장에서 섹슈얼리티를 이해하려는 다양한 시도들과 담론들에 대해서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건전한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신학자가 아닌 평범한 크리스천으로서, 성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지 못한 평범한 학자로서, 성서적 섹슈얼리티와 과학적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저의 지식이 미천함에도, 독자들과 이러한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 터놓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글 | 유원상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석사과정 후 독일 마그데부르크 대학교에서 뇌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독일 라이프니츠 연구소, 미국 워싱턴 DC 국립아동의료센터 등에서 의료영상 진단기술 연구를 수행하였고, 2020년부터 선문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로 일하며 인공지능 영상처리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과학과 신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심리, 영성과 성소수자 등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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