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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335

그대와 나는 뼈다 우연히 X-레이로 촬영한 뼈의 사진을 보면서 다소 경건한 숭고미를 떠올리는 중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한 그 정렬들이라니. 그것은 차라리 단호함, 무결함을 넘어 대칭성의 아름다움이다. 예술가들의 미와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미의 표현이 엄연히 다르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움은 칸트의 미학에서 숭고미라는 이름으로 만나진다. 엑스레이의 시작은 1895년 뢴트겐이다. 이마를 어딘가에 콩 찢거나 부딪히면 눈에서 번쩍 불이 나오는 경험을 해봤다면 그의 발견이 새삼스럽지는 않을 것 같지만 그 당시 X선의 발견은 엄청난 것이었다. 뢴트겐은 어두운 암실에서 음극선관을 두꺼운 검은 종이로 싸서 빛이 새어나올 수 없게 했는데 책상 위쪽이 밝은 것을 우연히 발견한다. 그는 아내 안나의 손을 음극선과 감광판 사이에 올리게 해놓.. 2022. 1. 12.
약자를 향한 시선 "약자를 향한 시선" - 서순범,《신앙의 길 (현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출애굽 법전 해설》서평 예비 신학생인 나는 모태 신앙인이지만 마음 한편에는 성경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오늘날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내용도 있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그리고 사실 성경을 제대로 읽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언제부터인지도 모르는 사이에 성경을 모호한 텍스트로 여겨왔다. 최근에 우연히 출애굽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나올 때, 10가지 재앙이 애굽에 내리는 이야기, 광야에서 40년을 사는 이야기, 모세가 십계명을 받는 이야기 등 굵직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오늘날의 생활방식과 히브리 사회의 생활방식이 많이 다르겠지만 사회마다 .. 2022. 1. 12.
[SF영화와 기독교] 13. 스파이더 맨: 심판이 아닌 회복을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2021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48분 / 2021. 12. 15 개봉 감독 : 존 왓츠 주연 : 톰 홀랜드(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젠데이아 콜먼(MJ), 베네딕트 컴버배치(닥터 스트레인지), 제이콥 배털런(네드) 우리는 우주를 유니버스(Universe)라고 부른다. uni + verse 즉 하나의 통합된 세계다. 이것이 진리이며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사실일까? 눈에 보이는 단 하나의 세계만이 있을까? 고대로부터 세상은 하나가 아니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의 다른 세상이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그 세상을 이데아(idea)라고 불렀다. 완벽한 원형을 .. 2022. 1. 11.
우리는 인식의 물살을 거스르는 연어가 될 수 있을까? 갈릴레오의 목소리(2) 우리는 인식의 물살을 거스르는 연어가 될 수 있을까? 과학에서 말하는 힘(force)의 정의는 물체의 운동 상태나 모양을 변형시키는 원인이다. 이 규정을 역으로 보면 사물의 모양뿐만이 아니라 운동 상태, 즉 정지한 물체가 움직이거나 움직이던 물체가 멈춘다거나 혹은 운동하는 물체의 속력이 변하려면 힘이 개입한다는 의미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이 힘이란 바로 신으로부터 오는 것이었다. 모든 운동의 원인을 신이라고 믿었고 신은 부동의 동자이면서 모든 운동의 원인자였다. 이것은 너무나 확고하고 의심할 수 없는 진리였다. 힘의 물리량을 숫자로 양화한다는 것은 17세기 전까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인식의 폭탄이 떨어졌길래 힘과 신을 분리하게 되었을까? 어떻게 힘의 크기를 .. 2021. 12. 10.
그대와 나는 탈주선을 그린다 뒤로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무엇인가를 본다는 것은 보기 전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그것을 알기 전으로 되돌릴 수도 없다. 무엇인가를 만진다는 것은 손의 감촉이 기억하기 이전으로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다. 무엇인가와 관계하는 것은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시작되기 전의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관계다. 관계는 뒤로 갈 수 없다. 뒤로 돌아갈 수 없는 것들에게는 탈주선의 흔적이 그려져 있다. 모래시계를 위아래로 돌려놓으면 감쪽같이 그때가 처음인 것처럼 시간이 시작된다. 위와 아래가 바뀌기 전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되고 있었다고 해도 위와 아래를 뒤집는 순간 현재성의 위력은 소멸한다. 분투하며 살았던 시간도 게으른 시간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2021. 12. 10.
“사피엔스의 종말과 변종 인류의 출현” 강의 요약 제30회 콜로퀴움 “사피엔스의 종말과 변종 인류의 출현” - 강의 내용 요약 - 제30회 과신대 콜로퀴움에서는 구미정 숭실대학교 초빙교수님을 모시고 ‘사피엔스의 종말과 변종 인류의 출현’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미 죽었는지도 모르는 지구를 위해 과연 어떤 인류가 나타나야 하며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희망이 될 수 있는가를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 * * 우리는 모두 사피엔스입니다. 호모 속(屬)에 속한 사피엔스 종(種)인 것입니다. BC 7만 년에 발생한 인지혁명에 의해 다른 인간 종은 사라지고 사피엔스만 남게 됩니다. 인지혁명 이전의 인간은 미물에 불과했으나 혁명 이후 지구 먹이사슬의 최정상에 오르게 되고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 현재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여 모바일 디지털화, 융합.. 2021. 12. 10.
얇지만 두꺼운 책 - 과학으로 신학하기 존 폴킹혼의 “과학으로 신학하기”(영어 제목 Theology in the context of science)는 과학과 신학과의 대화를 직접적으로 다룬 책이어서 언젠가 한번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영문판(SPCK 출판사판)은 112쪽밖에 안되는 책이어서 일주일이면 될 줄 알았는데, 행간이 매우 깊고 넓어서 한 문장 한 문장, 한 단어 한 단어를 깊게 생각하며 읽느라 2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읽은 내용이 소화가 안 된 상태라 과연 제가 서평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하게 제가 공감하게 된 구절 중심으로 짧게 서평을 써 보았습니다. 한글판은 모시는사람들 출판사의 신익상 교수 번역서입니다. 1. 개방성(openness) 존 폴킹혼이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쓴.. 2021. 12. 10.
현대 기술 산업 사회가 품고 있는 ‘근본악’과 ‘전체주의’에 대하여 1. 이상 기후 때문에 지구 곳곳에서 전대미문의 재난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하늘이 뚫린 듯이 쏟아지는 집중폭우로 인한 홍수, 이상고온과 가뭄 그리고 끝없이 계속되는 대규 모 산불, 한 도시를 다 날릴 것 같은 초대형 허리케인, 북극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사라지고 있는 작은 섬나라들 …. 이게 다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이상 기상 현상은 지역적이라고 한다면 전세계가 2년째 고통을 겪고 있는 코로나 19 팬데믹은 전 지구적이다. 지금도 계속 변종이 나와서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 팬데믹은 코로나가 처음이 아니다. 에이즈, 메르스, 에볼라, 사스, 신종플루 등 예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인수공통감염병이 최근에 자주 발생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2. 전문.. 2021. 12. 9.
[SF영화와 기독교] 12. 이터널스: 너와 나의 메타내러티브 이터널스 Eternals, 2021 액션, 드라마, 판타지 / 미국 / 155분 / 2021. 11. 03 개봉 감독 : 클로이 자오 주연 : 안젤리나 졸리(테나), 마동석(길가메시), 리차드 매든(이카리스), 젬마 찬(세르시), 셀마 헤이엑(에이잭), 쿠아밀 난지아니(킨고),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파스토스), 리아 맥휴(스프라이트), 배리 케오간(드루이그), 로런 리들로프(마카리) 영화는 21세기 신화다. 스크린은 신화적 인물의 무대다. 특히 마블의 영화들은 신화적 인물의 각축장이다. 우리는 마블의 영웅들에게 박수를 보냈었다.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블랙 팬서, 스파이더 맨, 닥터 스트레인지 등은 지구의 적들인 우주의 악당들과 맞서 싸웠다. 그들은 신화적 인물들이었다. 마블은 페이즈 4를 .. 2021. 1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