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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97

과학-신학 대화는 인격신을 논할 수 있는가? 과학-신학 대화는 인격신을 논할 수 있는가? 장재호 교수 (감리교신학대학교 종교철학) 과학과 종교의 대화, 과학과 신학의 대화는 지난 수십 년간 영미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여러 신학대학에 관련 과목들이 개설되고 있고, 과신대를 중심으로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퍼져가고 있습니다. 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통해 여러 생산적인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대화의 난제도 종종 등장합니다. 그 중 하나가 창조/진화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신의 인격성을 논하는 일입니다. 즉 과학에서 말하는 우주의 기원과 진화에 대한 논의가 기독교 신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해도, 진화 과정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인격성을 논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는 조직신학/종교철학에서 신.. 2020. 6. 4.
한 시대를 넘어 새 시대 앞에서 글_ 김상기 교수 (감신대학교 구약학) 이스라엘은 기나긴 광야 여정을 마치고 이제 요단강 앞에 섰습니다. 그 세월을 버티게 했던 땅이 눈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억제하기 힘든 감동이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격하게 흘렀을 것입니다. 아프고 힘들었던 모든 기억들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희망만이 그들의 가슴을 채웁니다. 바로 그들 앞에 모세가 장로들과 함께 서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들의 부모세대부터 그들을 이끌어왔고 그들을 바로 여기까지 인도한 모세입니다. 지금 이스라엘에게 모세는 특별히 다르게 보였을 것입니다. 그들과 동고동락하며 꿈을 일깨우고 꿈을 일궈오며 100세를 훌쩍 넘긴 노인입니다. 자랑스럽고 그지없이 고마운 사람입니다. 자신들과 하나님 사이에서 숱한 고생을 했던 그입니다. 그들이 하나님에게서 벗어나.. 2020. 5. 8.
[기후변화제국의 프로테스탄트] 3. 기후와 성격,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 글_ 김진수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선임연구원, 과신대 정회원) 날씨는 기분, 기후는 성격 기후변화를 살펴보기에 앞서서, ‘기후’가 무엇인지부터 더 자세히 따져보려 합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기후는 “일정한 지역에서 여러 해에 걸쳐 나타난 기온, 비, 눈, 바람 따위의 평균 상태”입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날씨와 기후의 개념을 헷갈려 하는데, 쉽게 얘기하면 날씨는 매일매일의 기상 상태를 가리킵니다. 뉴스 마지막 순서에 나오는 일기 예보의 ‘오늘의 날씨’처럼 말이지요. 이와 달리, 기후는 오랜 시간에 걸쳐 관측한 날씨의 평균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유로 설명하자면, 날씨는 ‘기분’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제는 기뻤는데 오늘은 우울할 수 있는 기분처럼, 어제는 맑았는데 오늘은 비가 오듯이.. 2020. 5. 8.
코로나 이후 임범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부교수, 과신대 자문위원) 오늘 오전 4시간 동안 근무하는 병원의 코로나 선별진료소 당직을 섰습니다. 의사가 진료하는 것이 무슨 특이한 일이냐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병리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임상진료 커리어는 1999년 인턴 수료 이후 중지되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사태로 인해 20년 만에 진료실에 불려 나온 것입니다. 군의관 시절 사격훈련을 받으면서 군의관이 총을 쏴야 하는 상황이면 그 전쟁이 승산이 있는 전쟁이냐라는 농담을 했는데, 병리학자가 환자 진료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어지간히 큰 위기가 닥친 것인데 그래도 결말은 해피엔딩에 가까운 듯 하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굳이 pandemic이라는 무시무시한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이번 코로나19 감염사태는.. 2020. 5. 7.
Homo sensibilisㅡ색채론 남색 Indigo•blau 비 냄새가 나는 소년을 보았다. 비가 내리는 것은 수 없이 많은 동그라미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세상에게 몸이 있다면 사선으로 유성우처럼 쏟아지는 비의 입구는 세상의 옆구리다. 간혹 세상의 천정인 하늘 문을 열고 쏟아지는 비도 있다. 며칠 전 달리는 자동차 표면에 우박처럼 빗방울이 직선으로 무겁게 떨어지는 모습을 봤다. 그 비는 부딪히는 것마다 요란스러운 작은 방울들을 만들면서 튀어 올랐다. 비는 지표면에서 원들이 사방으로 번지게도 하지만 작고 동그란 물방울들을 튀어 오르게도 한다. 비는 재미난 공놀이를 하고 있다. 빗방울들의 공놀이는 진지하고 탄력이 넘친다. 비가 내리는 틈과 틈을 베란다 창문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비가 문장이 되어 감각인의 시각을 연다. 비는 상식의 반란을.. 2020. 4. 28.
Homo amansㅡ그대와 나는 생명나무(Tree of Life)다. 볕이 좋은 날은 창문 밖을 향해 마음이 서두른다. 초록잎을 가진 식물들이 볕이 드는 쪽을 향해 가지를 뻗고 몸이 굽는 심정이 내 심정이다. 나는 경쾌하고 강렬하게 분출하는 태양을 향해 서슴없이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리는 해바라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볕 속으로 걸어 나가 볕을 맞고 있는 지금 나는 엽록소 초록 알갱이가 혈관 속으로 번져가고 있다. 초록 알갱이가 흘러간 곳은 초록색 잎사귀가 돋아나고 얼굴은 이미 해바라기가 되어 버렸다. 초록 벌판 가득 해바라기들이 보인다. 볕이 좋은 날엔 이렇게 그대와 나는 녹색 인간이 된다. 녹색인간이 된 우린 생명의 기운인 빛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상승하고 하강하면서 우주에 닿아 평화를 맛본다. 근심과 걱정, 영혼을 위축시키는 두려움으로부터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자유롭다... 2020. 4. 3.
우리의 편견과 하나님을 아는 지식 황소현 교수 (차의과학대학교 의생명과학과, 과신대 자문위원) 대학교 유전학 수업시간 중에 교수님께서 “종교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생물학을 연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이야기하시면서, “생물학을 공부하는 것과 신앙을 가지는 것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라고 강요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우종학 교수님의 책 와 프랜시스 콜린스의 책 를 읽고 관련 공부를 하면서, 유전학 교수님께서는 리처드 도킨스의 주장인 무신론적 진화론을 진리로 받아들이시고, 우리에게도 강요하셨던 것이라는 것을, 이는 진화를 무신론 또는 유신론 중 어느 입장에서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과신대 연구모임에서 공부하게 된 을 읽으면서도, “내가 과학과 종교에 대해서 세상사람들이 이야기하.. 2020. 4. 2.
그대와 나는 호모에렉투스Homo erectus 다. 우리의 존재방식ㅡ"걷기의 무렵" 걷는다는 것,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늘 걸었는데 문득 숨을 들이마시고 내뿜으면서 한걸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내 몸의 움직임과 발걸음이 경이롭게 여겨진다. 등과 허리를 펴고 머리를 곧게 세우고 다리를 뻗어 똑바로 걷는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게 됐을까? 우아하고 세련되고 아름답기까지 한 그대의 걷는 동작을 보라. 도구를 이용하기 때문에 인간이듯이 두 발로 걷기때문에 인간이라 할 수 있다. 페북을 열심히 하고 있고 산책로를 걷고 있는 그대와 나는 인간임을 확인 중인 셈이다. 혹시 그대의 발이 곰 발바닥 같이 못생겼다고 불만이 있었다면 다시 한번 꼼꼼하게 들여다보길 바란다.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보다 더 크고 나머지 네 발가락과 나란하게 평행을 이루면서 앞을 .. 2020. 3. 31.
Homo amans: 180만 년 전부터 준비된 사랑의 능력자 Homo amans ㅡ 180만 년 전부터 준비된 사랑의 능력자 터키 북동쪽, 조지아 드마니시에서 180만 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류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가 다 빠진 채로 살다 죽은 흔적이 보이고 머리뼈의 봉합 상태로 추정했을 때 노인이라고 한다. 빙하기였고 먹을 것이 부족했을 환경에서 노인이 살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보통의 젊은이도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데 노인이 있었다는 것은 누군가의 도움과 보살핌의 흔적을 보는 것이다. 180만 년 전부터 우리 인류는 나 아닌 타인을 위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된다. 남을 위해 손해를 보거나 목숨을 거는사람들 이야기, 아무런 대가 없이 다른 사람을 돕는 이야기를 간혹 접한다. 내가 아닌 타인과 공동체를 위.. 2020.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