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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SF영화와 기독교] 13. 스파이더 맨: 심판이 아닌 회복을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1. 11.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2021

액션, 어드벤처, SF / 미국 / 148분 / 2021. 12. 15 개봉
감독 : 존 왓츠
주연 : 톰 홀랜드(스파이더맨, 피터 파커), 젠데이아 콜먼(MJ), 베네딕트 컴버배치(닥터 스트레인지), 제이콥 배털런(네드)

 

우리는 우주를 유니버스(Universe)라고 부른다. uni + verse 즉 하나의 통합된 세계다. 이것이 진리이며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사실일까? 눈에 보이는 단 하나의 세계만이 있을까?

 

고대로부터 세상은 하나가 아니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의 다른 세상이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그 세상을 이데아(idea)라고 불렀다. 완벽한 원형을 가진 세상이 있고 오늘 우리가 감각적으로 느끼는 세상은 그 세상의 모형이라고 그는 말했다.

 

플라톤 이전 고대 신화들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을 쏟아놓는다. 고대 수메르 신화에서는 지고의 신 에아가 세상을 창조했고, 신들의 전쟁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티마아트와 에아 간의 전쟁이 있고 마르둑이 전쟁에 승리하면서 세상을 통치한다. 길가메시라는 반신반인의 존재도 등장한다.

 

성경은 보이는 세상 너머에 보이지 않는 세상이 있다고 증언한다. 하나님은 보이지 않는 세상에 존재하신다. 성경에서 이는 하늘로 표현되며 하나님은 하늘 보좌에 앉아 보이는 세상에 관여하신다. 보이지 않는 세상의 차원에서 신적 전쟁도 있고, 사탄과 미가엘 간의 전쟁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보이지 않는 하늘의 영역에서 보이는 땅의 영역으로 오신 분이 예수시다. 그는 구원자로 보이는 세상에 거주하시다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올라가셨다.

 

마블의 영화들은 이러한 생각을 끊임없이 스크린에 묘사했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는 고대 북유럽의 신화들을 재현했고, 이터널스에서는 고대 수메르, 바벨론 그리고 그리스의 신들을 스크린에 등장시킨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은 다중 세계 즉 멀티버스(multi-verse)를 당연한 것으로 그린다.

 

전작 <스파이더 맨 – 파 프롬 홈>에서 악당 미스테리오는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세상에 알렸다.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라는 것이 온 세상에 알려졌고 그 여파로 피터 파커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고 사생활은 사라졌다. 그리고 피터 파커의 주변인들도 사람들의 관심거리로 전락했다.

 

 

피터 파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간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그의 과거 기억을 다 지워줄 수 있는 주문이 있다고 말해준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피터 파커와 관련된 모든 기억을 지우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피터 파커는 이모, MJ, 네드 등은 빼 달라고 요청한다. 주문을 외는 중 닥터 스트레인지는 변경을 해야 했고, 그 결과 세상이 뒤죽박죽되었다. 쉽게 말해 멀티 버스가 혼란스러워졌다. 다른 평행 우주에 존재하던 인물들이 우리 우주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과거 스파이더맨과 싸웠던 악당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린 고블린, 닥터 옥토퍼스, 샌드맨, 리자드, 그리고 일렉트로가 현실세계로 들어왔다. 그들은 과거 스파이더맨들과의 싸움에서 모두 죽고 사라진 존재들이나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문으로 이 세상 현실 속으로 들어와 세상을 혼란하게 만든다.

 

 

이 부분이 스파이더맨의 중요한 세계관이다. 세상은 멀티버스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의 세상에서 사라진 자들이 다른 세상에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가만, 우리가 성경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만난다. 예수께서 기도하실 때 모세와 엘리야가 등장한다. 그들은 과거에 죽었거나 사라진 인물인데 다시 등장한다. 구름 속에서 그들은 예수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다른 세상, 즉 멀티버스에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야곱은 형 에서의 복수를 피해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망가던 중 들판에서 잠이 들었다. 그는 꿈속에서 하늘과 이어진 사닥다리를 보게 된다.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하늘에서 음성이 들리며 그가 어디로 가든지 보호할 것이라는 약속을 듣는다. 잠이 깬 야곱은 이곳이 바로 하나님의 집이라는 것을 깨닫고 벧엘(하나님의 집)이라 부른다.

 

시간이 지나 바벨론 제국의 포로생활을 하던 다니엘은 하늘 문이 열리고 하늘 보좌에 옛적부터 계시던 이가 앉아 계시고 인자와 같은 이가 세상 모든 권세를 부여받는 장면을 목격한다. 다니엘은 다른 세상을 보았다. 세상은 멀티버스로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 사도 요한도 밧모 섬에서 하늘 문이 열리고 그 가운데 계신 하나님, 어린 양이신 예수님을 목격한다. 세상은 멀티버스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묘사하는 장면들이다.

 

멀티버스에 존재하던 악당들의 출현에 닥터 스트레인지는 주문으로 그들을 감옥에 가둬버린다. 악당들을 다시 영원한 감옥으로 보내 버리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은 생각이 다르다. 피터 파커는 악당 개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피터 파커의 기본 생각은 이렇다. 악당들은 원래부터 악당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부작용으로 악당이 되었기에 해독제를 투입하면 선한 본성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피터 파커의 이런 시도는 우여곡절을 겪고 더욱더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결국 그의 의도대로 되어진다.

 

 

영화에서 주인공 피터 파커는 예수 그리스도의 역할을 맡았다. 케노시스, 즉 인간이 된 신이신 그분은 죄인을 처벌하는 것에 중점을 두지 않으시고 오히려 죄인을 회개시켜 변화시키는 데 힘을 쏟으셨다. 그 궁극적인 지점이 십자가였고, 자기희생을 통해 죄인이 된 인간이 은총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되는 길을 만드셨다. 죄인을 신의 성품에 참여시키는 프로젝트다. 초창기 신학자 아타나시우스는 이를 “케노시스에 의한 데오시스”라고 명했다. 즉 신이 인간이 되셔서, 인간을 신의 경지로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 구원의 궁극적 목적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회복적 정의다. 피터 파커는 악당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악당을 변화시켜 새롭게 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러한 과정은 물론 쉽지 않다. 그러하기에 멀티버스에 존재하던 스파이더맨 1, 스파이더맨 2가 동시에 등장해 스파이더맨 3인 현재의 피터 파커를 돕는다. 스파이더맨 1은 피터 파커에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성경적 내러티브와 유사하다. 멀티버스, 희생양, 그리고 죄인의 궁극적 회복, 성경이 표방하는 주요 주제의 21세기 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스파이더맨이라는 영화를 통해 성경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다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핵심 사항이 있다. 그들은 스파이더맨이 구원자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예수 그리스도의 역할을 스파이더맨이 대체하고 있다. 우리의 기억 속에 스파이더맨이 점점 자리를 잡으면서 예수를 밀어내고 있다. 스파이더맨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은유로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체물로 등장시킨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스파이더맨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며, 하늘 보좌에서 여전히 세상의 악과 싸우시며 우리를 돌보아 주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스파이더맨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그 점을 명심한다면 스파이더맨을 마음껏 즐겨도 좋다. 그는 스크린 속의 영웅이니까.

 


 

글 | 김양현

하울의 움직이는 아빠로 방송과 잡지에 영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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