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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SF영화와 기독교] 11. 듄: 메시아적 존재, 그 여정의 시작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11. 4.

듄 Dune, 2021

SF / 미국, 캐나다 / 155분 / 2021. 10. 20 개봉
감독 : 드니 빌뇌브
주연 : 티모시 살라메(폴 아트레이드), 레베카 퍼거슨(레이디 제시카), 오스카 아이작(레토 아트레이드 공작), 제이슨 모모아(던컨 아이다호), 조슈 브롤린(거니 할렉), 젠데이아 콜먼(차이니), 하비에르 바르뎀(스틸거), 스텔란 스카스다드(블라디미르 하코넨 남작), 데이브 바티스타(글로스 라반)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었던 날은 고작 몇 개월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사는 곧 전쟁사요, 침략과 약탈의 반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교적 평화의 시기라 할 수 있는 21세기 인류는 경제 전쟁이라는 체제 속에 살아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총 칼을 들지 않은 더 무서운 전쟁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은 이러한 인류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프랭크 허버트의 1965년작 소설을 감독은 스크린에 재현했다. 듄의 시대적 배경은 서기 10191년, 8170년 후의 역사다. 인류가 역사를 기록한 시대가 약 6천 년이라고 할 때 그보다 더 먼 미래의 세계를 감독은 묘사했다.

 

서기 10191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사실 상상하기 어렵다. 드니 빌뇌브가 그려낸 미래의 시대를 엿보면 이러하다. 인류는 우주의 상당한 부분을 정복했다. 우주에 대제국이 존재하고 우주를 통치하는 황제가 존재한다. 인간은 행성 간 이동이 자유롭다. 거대한 우주선은 행성 간 이동을 가능케 한다. 오늘날 대륙 간 이동처럼 미래의 인류는 행성과 행성을 오간다.

 

 

주인공 폴 아트레이드는 잠에서 깨어난다. 로봇이 다가와 그의 컨디션을 알려주고 하루 일정을 알려준다. 아침 식탁에 앉자 어머니 제시카는 오늘 황제의 사절단을 맞이해야 하므로 옷차림을 단정하게 하라고 일러준다. 폴은 아트레이드 가문의 후계자다. 그렇다. 황제가 있고, 제국에는 강력한 두 개의 가문이 존재한다. 아트레이드 가문과 하코넨 가문이다. 아트레이드 가문은 친 황제적이고 하코넨은 황제의 권력에 반기를 드는 가문이다.

 

황제의 사절단이 아트레이드 가문의 행성으로 행차하는 장면은 놀랍다. 거대한 우주선의 군단이 굉음과 함께 착륙하면 황제의 친위부대와 함께 대사가 황제의 친서를 전달한다. “레토 아트레이드는 아라키스 행성을 접수하고 관리하는 일을 맡으라.” 아라키스 행성은 영화의 주 무대다. 제목이 말해주듯 그곳은 거대한 모래사막으로 이뤄진 행성이다. 겉으로 보기엔 쓸모없는 행성이지만, 거대한 모래 언덕에는 행성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 주는 스파이스라는 물질이 존재한다. 아라키스 행성은 하코넨 가문이 관리하였으나 그들은 황제 몰래 스파이스를 빼돌렸고 막대한 부를 쌓아 황제에게 위협이 되었다. 황제는 아트레이드 가문을 통해 하코넨 가문을 견제하려 한다. 아트레이드 가문의 수장 레토는 황제의 의도를 알지만 이 일을 수락한다.

 

사절단이 떠나자 이제 아트레이드 가문의 아라키스 행 준비가 이뤄진다. 폴 아트레이드는 들판을 거닐고, 그 너머로 거대한 우주선 군단이 떠날 채비를 한다. 그렇다. 서기 10191년의 일상이다. 거대한 우주선, 온몸을 방어하는 보호막, 레이저 무기들, 오늘날보다 훨씬 진보한 세상이다.

 

그런데 기술적으로 진보한 미래도 오늘날의 세상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제국이 존재하고 세력 간 암투와 전쟁이 벌어진다. 아라키스 행성의 스파이스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결국, 미래의 세계도 사이즈가 커진 전쟁의 세계다. 오래된 미래다.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 프레멘들이 있다. 사막 행성에 살아온 종족이다. 그들은 하코넨 가문의 군사들에게 추방당해서 사막 황무지 깊숲이 쫓겨났다. 레멘들이 원하는 것은 자기 행성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이다. 그러나 하코넨이 떠나면 아트레이드가 찾아오는 반복이 지속적으로 그들을 억압한다.

 

앞서 말했듯 영화는 오래된 미래를 그린다. 2천여 년 전 로마 제국하의 팔레스타인과 흡사하다. 제국은 힘의 공백을 허락하지 않는다. 바벨론이 떠난 자리에 페르시아가 찾아오고, 그리스와 로마가 차례로 그 땅을 침략한다. 그 땅의 사람들은 바뀐 침략자들을 피해 생존하기 위해 사막으로 숨어든다.

 

20세기 초반 중동의 역사도 그러했다. 중동의 사막 지역은 열강들의 각축전으로 혼란의 도가니였다. 사막의 모래 언덕은 열강의 대리전장이었다. 그 사막에서 발견된 석유는 제국들의 침략을 유도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그 땅에서 치열하게 쟁탈전을 벌였고, 원주민들은 고통 속에 살았다.

 

다시 미래로 돌아가면, 하코넨 가문은 아트레이드 가문에게 아라키스 행성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돈과 권력을 쉽게 포기하는 자는 없다. 그들은 황제 앞에서 복종하는 듯하지만 몰래 아라키스 행성을 공격하고 하코넨 가문과 아트레이드 가문과의 전면전이 벌어진다. 기습을 당한 아트레이드는 거의 전멸을 당하고 폴과 제시카는 구사일생으로 도망친다. 사막에 떨어진 폴과 제시카는 사막 안내자의 도움으로 레멘들에게로 향한다.

 

그렇다. 폴은 레멘들에게로 향하고 그들의 삶에 동화될 것이다. 행성의 침략자인 폴에게 레멘들은 고운 시선을 주지 않을 것이지만, 오해는 풀리고 폴의 진정성은 그들의 마음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폴은 레멘들과 함께 하코넨 가문과 제국에 맞설 것이다. 진정한 우주의 자유를 얻게 할 메시아적 존재가 될 것이다.

 

폴은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닮았다. 영국군 장교로 중동의 전쟁에 참전한 로렌스는 그 땅의 실상을 알게 되고, 사막의 베두힌들의 구원자로 세워진다. 로렌스는 베두힌들을 하나로 모아 제국의 군대에 맞서 싸웠다.

 

 

듄에서 폴은 메시아적 존재다. 그의 탄생도 신비 그 자체다. 폴의 어머니 제시카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베네 게세리트라는 집단의 일원인 신비의 여성이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 폴이 제국의 구원자, 메시아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듄의 주인공 폴은 예수 그리스도와 닮았다. 예수는 성령으로 잉태하여 동정녀에게서 태어났고 제국에 맞서 구원자가 되었다. 예수께서 구원자, 메시아가 되는 과정은 철저히 그 땅의 사람들에 대한 연민에서 시작된다. 제국의 통치하에 신음하는 백성들, 제국의 군대에 짓밟힌 땅을 치유하는 존재로 사셨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이셨으나 가장 가난한 자들의 친구가 되었다. 그 철저한 성육신, 자기 비움, 케노시스가 메시아의 자격조건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메시아의 전형이라면 메시아적 존재는 그와 닮아야 한다. 예수처럼 자기 비움을 거쳐야 한다. 가장 낮은 자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 그 처절한 실존을 경험한 자가 메시아적 인물의 자격을 갖춘다. 그러한 세상의 구원자, 제국에 맞서는 자가 오늘날도 나타나기를 손 모아 기도하며 기대한다.

 

 


 

 

글 | 김양현

하울의 움직이는 아빠로 방송과 잡지에 영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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