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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만들어진 신』에 대한 비판적 감상문 ①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5. 10.

『만들어진 신』에 대한 비판적 감상문 ①

리처드 도킨스의『만들어진 신』을 읽고

 

『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 리처드 도킨스 지음 / 김영사 펴냄 / 604쪽 / 2만 5000원


God Delusion

1. 제목부터가 도전적이다. 원제 God Delusion, 신은 인간이 상상해낸 망상이다. 진화동물학자 도킨스가 무신론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책이다. 그는 서문에서 종교를 가졌던 독자가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무신론자가 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썼다고 밝히고 있다. 2006년에 처음 출판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15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 셀러다.

2. 도킨스가 진화론자 중에서도 아주 강경한 학자로 소문나 있고, 책 제목 자체가 도전적이라 흥미를 끌 만한 책이기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도킨스가 과학자로서 얼마나 탁월한 문장가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정말 세심하게 종교에 대한 제반 사항을 조사 분석하여 마치 기자가 쓴 것처럼 조목조목 사례를 들어가며 비교적 쉬운 문장으로 그의 주장을 명쾌하게 피력하고 있다.

3. 그런데 책의 내용 곳곳에 그의 억제 못 한 감정이 포함된 거친 표현도 상당수 드러나고 있어 교양 있는 과학자가 썼다고 보기에 의심스럽기도 하고, 과학의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억지스러운 주장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냉정한 과학자의 시선으로 객관적으로 서술한 과학 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저자가 특정 목적을 가지고 과학자의 권위를 빌어 일반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주관적 주장을 담은 책이라 생각된다.

4. 어쨌든 이 책은 신이 존재한다면 이런 형편없는 나의 삶을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불안 가운데 살아가면서도, 제발 내 삶을 간섭하는 그런 신은 존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심정에 영합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저자가 많은 돈을 번 것은 사실이다.

5. 이 책은 신의 존재를 자연과학의 용어인 ‘신 가설(God Hypothesis)’이라고 하고 진화론의 입장에서 신 가설을 비판하여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득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다음으로 종교의 뿌리를 그가 창안한 ‘밈’ 개념을 적용하여 진화의 부산물로써 생긴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의 해악을 사례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비판하고, 종교가 없어야 이 세상에 평화가 온다고 주장한다. 사실 종교라고 했지만, 도킨스가 공격하는 주 대상은 기독교이다. 그는 종교가 없더라도 사람은 얼마든지 선하게 살 수 있다고 주장하며 종교를 가진 부모가 아직 분별력이 없는 어린 자녀에게 종교를 교육하고 강요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끝을 맺고 있다.

 

 

무신론 주장

6. 그는 신의 존재에 대한 대표적인 논증인 토마스 아퀴나스의 우주론적 증명과 목적론적 증명, 안셀롬의 존재론적 증명이 잘못된 것이라 비판한다. 그 밖에 개인적 체험이나 성경에 의해서도 신의 존재가 증명되지 않고 있다고 하며, 그래서 과학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신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그 예시로 드는 것이, 노벨상 과학 부분 수상자 중 신앙인이 적다는 것이다.

7. 그는 생명 창조에 대하여 창조론자(지적설계론자)들이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에 기초한 비개연성에 의해, 무엇보다 신에 의하여 설계되고 창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자연선택의 원리에 따른 진화과정으로도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는 우연히 발생했다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일단 어떤 생명체가 생겨나기만 하면 그 생명체에 있는 자기복제 능력을 갖춘 유전자에 의하여, 그때부터는 신의 개입이 없더라도 자연선택의 원리에 의하여 진화된다는 것이 생명체에 관한 한 지금까지 밝혀진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이라고 주장한다.

8. 그러나 도킨스는 생물이 처음 생기는 원리에 대하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생명이 화학작용으로 우연히 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화학작용에 의하여 생명이 우연히 창조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생명을 만든 존재는 신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9. 그는 오히려 인본원리(anthropic principle)의 입장에서 생명의 탄생을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하고 있다. 인본원리는 원래 지적설계론에서 주장하는 이론이다. 인간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지구처럼 인간 생존에 적합한 환경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는 조그만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아주 정밀한 것이기 때문에 저절로 이루어질 수는 없고 누군가 그렇게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이 사람을 창조하기 위하여 이 우주공간에서 유일무이하게 지구를 사람이 생존하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만드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킨스는 우주에는 지구가 속한 태양계와 같이 행성을 지닌 항성이 확률적으로 10억 개 중 하나 정도는 존재할 수 있으며, 우주 공간에 적어도 10억*10억 정도의 태양계와 같은 항성이 존재하므로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은 10억 개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언젠가는 과학이 밝혀낼 것이라고 궁색한 주장을 하고 있다.

10. 도킨스의 신의 부존재 주장도 진화론의 틀에 맞춘 아전인수적 주장이다. 만일 세상 만물을 설계할 정도로 발달한 존재가 있다면 충분히 복잡한 존재일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것으로부터 점점 복합한 것으로 진화한다는 진화론적 입장에서 볼 때, 신은 진화 단계의 마지막 단계에 있어야 하지 처음에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자연 만물의 창조자이며 자연을 초월하는 궁극적인 존재인 하나님을 진화하는 피조물의 하나로 끼어 맞추어 해석한 것으로 진화론적 세계관을 가진 사람에게만 통할 수 있는 논증이라 생각된다.

 

일면 타당한 점

11. 도킨스는 종교는 사람이 만들어낸 망상이고 사회에 패악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주 비판 대상은 기독교이다. 그의 성장배경을 보면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던 것이 틀림 없어 보인다. 어린 시절 성공회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다녔고, 학문을 공부하면서도 자연에 있는 방향성, 규칙성, 목적성, 질서와 그것들의 조합 등의 경외를 인식하고. 한때 신의 존재를 믿었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 성공회의 관습들이 매우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였고, 생물의 진화과정을 연구하면서 점차 무신론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하게 무신론의 선봉에서 서서 기독교를 공격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의 배경을 보면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한 경우가 많다. 마르크스와 스탈린은 신학교를 다녔었고, 북한 김일성의 집안에도 목사를 비롯한 많은 신앙인이 있었다고 한다.

12. 따라서 그는 상당히 해박한 기독교 지식을 바탕으로 기독교를 공격하고 있는데 그중 일면 타당한 점도 있다. 절대론, 근본주의의 폐해가 그 한 예이다. 특히 유럽은 르네상스 이전 중세에 절대권력을 가졌던 기독교가 많은 사람을 억압했기에 그 반발이 큰 것은 이해가 간다. 지금도 근본주의 종교의 대표인 이슬람의 극단주의자들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근본주의가 아니더라도 정치권력과의 지나친 결탁이나 맘모니즘, 기복신앙의 문제를 안고 있는 기독교는 그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성경 비판에 대하여

13. 도킨스는 성경은 도덕 교과서가 될 수 없고, 앞뒤가 맞지 않는 엉성한 책이라 비판하고 있다. 그는 2,300년 ~ 3,000년 전 고대 사회를 배경으로 쓰인 구약성경에서 묘사된 하나님의 전투적 측면을 부각하여 하나님은 사람을 함부로 죽이는 잔인한 존재라고 비판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소돔과 고모라에서 롯의 집에 방문한 천사가 그 도시 남자들에 의하여 강간 위험에 처하자 그들을 구하기 위하여 롯이 딸을 대신 내어주려고 했던 이야기, 소돔과 고모라 멸망 때 롯이 딸과 함께 소돔에서 탈출하여 산속 동굴에서 거하다가 근친상간하는 이야기,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번제물로 드리는 이야기 등을 언급하면서, 성경은 도덕적인 책이 될 수 없는 아주 불쾌한 책이며 이런 내용을 믿는 광신자들에 의하여 많은 사회악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고 있다.

14. 그러나 이는 구약성경이 쓰여진 고대 사회와 현대사회 사이에 문화적 차이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는 비판이다. 
또 성경은 결코 인간 사이의 도덕을 다루는 교과서가 아니고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으로 성경에서 선악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기준이지 인간 사이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선악 개념과는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아니면 무시하고 있든지). 성경에 이런 인간의 추악한 모습이 가감 없이 언급된 것은 인간의 죄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며, 오히려 성경이 결코 어떤 의도에 의하여 조작된 책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고 있다.

15. 신약성경에 대하여 도킨스는 도덕적으로 구약성경과 비교하면 많이 개선된 책이고 신약에 등장하는 예수는 역사상 위대한 혁신가 중 한 명이 분명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예수님의 십자가 구속 사건에 예수를 죽이기 위하여 등장한 인물, 가룟 유다, 유대인, 로마병정 등은 오히려 칭찬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로 인하여 원래 예정되어 있었던 신의 구속 사건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증거로 기독교에서는 인정하지 않고 있는 유대복음서라는 영지주의자들이 쓴 이단 문서를 인용하고 있다. 그 책에서는 예수가 제자 가룟 유다에게 자신을 고발하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인간의 죄성을 대표하는 인물일 뿐이고, 도킨스의 주장은 결과가 선하면 그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행위는 다 선하다고 하는 상대론적 해석에 불과한 것이다.

16. 도킨스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 중 하나인 원죄에 대한 속죄가 악의적, 가학피학적이고 혐오스럽다고 하면서 개 짖는 소리(?)라고 교양인답지 않은 아주 과격한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고 싶다면, 스스로 고문당하고 처형당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그냥 용서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하고 있다. 이 신경질적 반응을 표현한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도킨스에게 인간의 죄성과 그에 대한 대가가 죽음이라는 기독교의 교리가 그를 많이 괴롭혔던 문제가 아니었는지 추정해 본다. 그래서 차라리 신을 부정하기로 결론을 내지 않았는지.

17. 또 존 하텅과 같은 반기독교 인사의 주장을 인용하여 예수님의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이 이스라엘 민족에게만 한정한 말이라고 하여 예수님의 인류에 대한 사랑을 폄하하고 있다. 이 주장은 복음서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전도하러 보낼 때 이방인이나 사마리아인에게 가지 말고 이스라엘 집의 잃은 양에게로 가라고 한 말씀을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이방인에게 전도하셨음은 물론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처럼 이방인의 옳은 행위를 들어 이스라엘 민족을 꾸짖은 기록이 많이 있다. 예수님께서 5,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말씀을 전하시다가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난 곳도 데가볼리(지금의 요르단 땅)라는 이방인 지역이다. 또 예수님이 유대인의 무리에게 하신 설교 중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큰아들은 유대인, 작은아들은 이방인을 상징)도 유대인을 향하여 이방인을 용납하고 받아들이라고 하신 말씀이다. 더 직접적인 것은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와 모인 무리에게 ‘성령이 네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내 증인이 되라’고 명령하셨다. 예수님께서 처음 전도 사역을 자기 민족에 한정했던 것은 전도의 순서를 제시한 것이다. 먼저 자기 가족, 자기가 속한 사회, 그리고 이방인으로. 즉, 가까운 이웃으로부터 먼 이웃으로 점차 그 반경을 넓혀가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다음 연재는 ‘도킨스 주장의 문제점’부터 계속된다.

 


 

글 | 송윤강

과신대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과학강연, 영화, 도서 등 과학 관련 리뷰를 기고하고 있다. 현재 아름다운서당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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