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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인간이란 무엇인가?” 2021 베리타스 포럼 후기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8. 5.

지난 7월 8일 “트랜스휴먼 시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2021 베리타스포럼(고려대학교)이 개최되었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줌(zoom)을 통해 온라인으로 열린 이번 포럼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과학과 종교 석좌교수로 있는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cGrath) 교수님을 강사로 초청했습니다. 

저는 이번 포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두 차례 북 토크에 연사로 참여하면서 포럼 주제에 대한 사전 이해를 어느 정도는 충분히 갖고 있었는데, 실시간 포럼을 통해 사전 이해가 대체로 확인되고 또 확장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북 토크와 포럼에 참여하면서 베리타스포럼을 주관하시는 분들의 헌신과 열정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2시간 남짓 진행된 실시간 포럼은 매우 짜임새 있게 계획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맥그래스 교수님이 사회자의 다섯 가지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사전에 녹화하고 편집한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북 토크 등 포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준비팀이 가장 신경 썼던 부분 중 하나가 좋은 질문을 뽑아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저도 이 부분에 관심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엄선한 질문들은 과학 시대 기독교 인간 이해의 의미, ‘영혼’에 대한 과학적 설명에 대한 기독교적 응답, 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의 발전과 관련한 인간의 본성 및 존엄성에 대한 이해, 불멸을 추구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한 응답, 과학과 기독교 신앙의 공존 가능성 등을 다루었습니다. 

이 질문들에 대한 맥그래스 교수님의 대답은 간결하면서도 상당히 포괄적인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간단히 언급하면, 맥그래스 교수님은 인간 본성을 신경세포들의 집합체로만 이해하는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의 환원주의적 접근을 비판하면서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e of Hippo)의 글을 인용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더 “큰 그림”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윤리나 도덕 그리고 의의 문제에 있어 과학의 한계 및 종교(기독교)의 의의를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정체성을 유전자로 환원하는 도킨스의 주장에 맞서 마틴 부버(Martin Buber)의 인격주의를 소개하고, 하나님의 형상과 죄인으로서 인간에 대한 기독교의 고유한 이해를 설명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 이슈로 제기한 AI, 로봇, 트랜스휴머니즘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인간 본성의 복잡성을 역설하며 과학과 종교를 포함해 인간을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의 필요성을 요청하는 한편, 인간 본성의 재프로그래밍을 추구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이 결국 인간의 자유를 위협할 뿐 아니라 불평등과 갈등 그리고 전쟁과 기근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철학자 메리 미즐리(Mary Midgley)의 견해를 소개하면서 복잡한 실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도를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이 점에서 과학과 기독교 신앙의 공존 가능성을 긍정했습니다. 

이상 맥그래스 교수님의 답변은 관련 주제들에 관한 최근의 다른 담론들과 비교할 때 아주 새롭거나 혁신적인 생각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과학과 기술의 문제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교회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하게 균형 잡힌 시각을 전달해 주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전 녹화된 영상에 이어 기독교와문화 전공 임성빈 전 장신대 총장님의 짧은 논평과 질문, 그리고 다섯 명의 학생의 질문에 대한 맥그래스 교수님의 대답이 현장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중간에 한 학생의 질문을 통역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무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현장 질문에 대한 맥그래스 교수님의 답변 중 일부는 두루뭉술하거나 초점을 벗어나기도 해서 조금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질의응답 내용을 잠시 들여다보면, 임성빈 교수님이 코로나 19 상황에서 과학의 중요성에 대한 공적 이해가 증가하는 현상을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 맥그래스 교수님은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인간 실존에 대한 불안감과 불안전성이 확산하면서 종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또한 커지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트랜스휴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에 대한 임성빈 교수님의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맥그래스 교수님의 답변의 경우, 제가 볼 때에는 두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소 막연한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학생들의 질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종교 역시 유전자의 산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에 관해, 경쟁 관계에 있는 다양한 가치체계 안에서 기독교의 의의에 관해, 악과 고통의 문제에 관해, 인간의 유한성을 긍정하는 사상에 대해, 트랜스휴머니즘의 긍정적 측면에 대해 학생들은 매우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맥그래스 교수님은 기독교 신앙인의 겸손한 자세를 강조하거나 의사 집안에서 자란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과학기술의 긍정적 측면을 긍정하면서 이 질문들에 답변했습니다. 

이후에는 맥그래스 교수님이 퇴장한 다음 포럼 참가자들 사이의 대화로 포럼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줌 화면 외에도 단체카톡방을 통해 대화에 참가했는데, 포럼이 공식적으로 종료된 이후에도 단체카톡방에서는 열띤 대화가 밤새 계속되었습니다. 

포럼이 끝난 다음 제 마음에 가장 남아 있는 것은 맥그래스 교수님의 답변들보다 학생들의 질문들입니다. 물론 시간 제약 상 초청받은 강사로부터 충분한 답변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던진 많은 질문에 대해서는 앞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글 | 김정형 교수

장로회신학대학교, 과신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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