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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과신 Talk

다음 시대의 한국 교회를 꿈꾸며: <복음주의 리포트> 셀럽 북클럽 모임 후기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 11. 5.

 

다음 시대의 한국 교회를 꿈꾸며

<복음주의 리포트> 셀럽 북클럽 모임 후기

 

전희경 (과신대 정회원, 과신대 교사팀)

 

 

나의 스탠드 포지션

 

나는 어릴 적 유치원 다닐 때, 엄마 손에 이끌리어 교회를 다니고, 유초등과 중고등부 시절 교회 주일학교에서 즐거운 교회 생활을 했다. 이후 대학과 청년부 시절 교회에서 열심히 성경공부를 하며 나름 세상과 교회를 알아가며 성장한 평신도 그리스도인이고, 40대 후반 여성이다.

 

내가 다녔던 교회는 경중 노회에 속한 교회로 100년이 훨씬 넘은 말씀 중심의 교회였다. 그때 담임 목사님은 방언이나 신유은사 집회에 가는 것을 금하셨을 정도로 보수적이었다. 직장생활과 함께 서울 생활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교회도 말씀 중심의 교회다. 평신도들이 주일 오후에는 모두 교회 구석구석에서 성경공부를 하는 교회였다. 이 또한 담임 목사님의 방침이었고, 나중에는 그 교회의 특성과 전통이 되었다.

 

두 교회 모두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측 교회였다. 내 기억으로는 교회에서 행사나 연합모임을 할 때 장로회 합동측 교회하고만(혹은 고신측 교회) 연합행사를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방학이나 휴가 때 주일날 다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나서 주보를 꼭 챙겨가서 주일학교 선생님께 드렸고, 다른 교파의 교회를 갔다오면 약간 이단시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교회 배경을 가진 평신도 40대 여성이 캐나다의 어느 기독교 대학교의 대학원을 입학하고 공부를 하면서 여러가지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하나는 학교를 입학할 때 자신이 속한 교회를 체크하는 란이 있는데, 그 중에는 ‘장로교’가 없었던 것이다. 둘째는 공부하는 중에 독일 고백교회를 알게 된 것이고, 한국 근현대 교회사를 공부하면서 서북청년단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이들이 한국 사회정치사에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공부를 하고 나니 지금의 개신교 ‘태극기 부대’가 이상한 분들이 아니고, 내가 존경하는 교회의 장로님들이고 고향 교회에 있는 나의 엄마를 포함한 권사님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평신도가 신학이라는 학문의 세계를 쪼금 경험하게 되면서 잘은 몰라도 유럽의 신학 색깔과 미국의 신학 색깔이 조금 다르구나 정도를 느꼈다. 대학원을 졸업을 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한국 사회와 교회는 세대 간, 이념 간 양극화가 심화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한국 개신교가 양극 중에서 극보수의 깃발을 꽂으며 문젯거리가 되는 현상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을 경험하면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많은 것들을 생각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그런 생각과 고민 속에서 한국의 복음주의에 대하여 알고 싶었고, 한국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미국의 복음주의에 대해 궁금했었다. 마침, 과신대 북클럽 모임에서 <복음주의 리포트 – 미국과 한국을 중심으로한 복음주의 역사, 쟁점 그리고 과제>를 가지고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해서 신청하고 참여하게 되었다.

 

 

 

북클럽 모임 스케치

 

<복음주의 리포트>는 배덕만 교수가 2020년 8월에 출간한 아주 따끈따끈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가지고 북클럽 모임이 2주 차 진행이 되었다. 먼저, 이 책의 저자인 배덕만 교수님이 북클럽 모임에 참여하셔서 책의 내용을 30분간 강의를 해 주셨고, 약 12명의 모임 신청자들이 참여를 해서 약 한 시간 이상을 질문하고 생각을 나누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1주 차는 10월 22일 목요일 서울 시간 저녁 8시에 ZOOM을 통해 화상 북클럽 모임을 진행하였고, 책의 내용은 1부인 미국 복음주의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2주 차 모임에서는 10월 29일 목요일 저녁 8시에 ZOOM을 통해 진행이 되었으며 한국 복음주의에 대해 강의를 듣고, 질문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역시, 저자 직강은 탁월했다. 책이 두껍다면 두꺼운 편이다. 한 학기 신학교 수업 분량을 후루룩 읽으면서 다 정리되기는 당연히 힘들다. 그렇지만 저자 직강을 통해 흐름과 특징 그리고 각각의 인물들의 특성을 생생하게 들으니 독자이자 참여자로서는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1부 미국 복음주의의 역사와 쟁점 그리고 과제들을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면서, 한국 복음주의의 역사와 여러 현상과 특징들이 어쩌면 하나같이 미국의 복음주의를 그대로 가져왔나 할 정도로 놀랐다. 2부 한국 복음주의에 대하여 읽고 생각하면서는 참여자들 모두가 한국 교회를 사랑하고 걱정하고, 지금의 교회의 문제점들을 아주 심각하게 자각을 하고 있으며, 이 문제점을 어디에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다들 첫 만남은 어색함과 약간의 두려움으로 시작했지만, 바로 책의 내용에 몰입하였고, 강의와 질문 답변을 통해 미국 복음주의에 관하여, 한국 복음주의에 관하여 풍성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수님과 참여자들이 한국교회를 생각하는 사랑과 열정, 삶의 고민을 충분히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2주간의 만남이었다.

 

 

한국적 신학을 가진 다음 시대의 한국 교회를 꿈꾸며

 

<복음주의 리포트>를 읽고 북클럽 모임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들었던 생각을 나누고 싶다. 먼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삶을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 보게 되고, 고민하게 되고, 돌아보게 되었다. 인간들은 삶에 대해서 다시 본질에 충실하되, 삶의 방식은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의 인지보다 더 빨리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이 하나하나 드러났다. 이런 드러남이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다스림에 있다고 본다.

 

한국교회의 문제점도 하나님께서는 이번 기회에 우리 모두가 알 수 있게 친절하게 드러내 보여주시는 듯하다. 나는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이제 교회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를 인정하는 것부터 변화와 개혁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미국교회의 흐름과 신학, 그리고 미국교회의 관점을 따라가고 벤치마킹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 신학을 가지고 교회를 교육하고 개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교육과 개혁은 목회자 중심의 탑다운 방식만이 아니라, 대중에서 발아하고 추진하는 다운업 방식이 함께해야 할 것이다. 그런 한국교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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