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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88

약자를 향한 시선 "약자를 향한 시선" - 서순범,《신앙의 길 (현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출애굽 법전 해설》서평 예비 신학생인 나는 모태 신앙인이지만 마음 한편에는 성경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오늘날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내용도 있고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그리고 사실 성경을 제대로 읽어 본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언제부터인지도 모르는 사이에 성경을 모호한 텍스트로 여겨왔다. 최근에 우연히 출애굽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서 나올 때, 10가지 재앙이 애굽에 내리는 이야기, 광야에서 40년을 사는 이야기, 모세가 십계명을 받는 이야기 등 굵직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오늘날의 생활방식과 히브리 사회의 생활방식이 많이 다르겠지만 사회마다 .. 2022. 1. 12.
우리는 인식의 물살을 거스르는 연어가 될 수 있을까? 갈릴레오의 목소리(2) 우리는 인식의 물살을 거스르는 연어가 될 수 있을까? 과학에서 말하는 힘(force)의 정의는 물체의 운동 상태나 모양을 변형시키는 원인이다. 이 규정을 역으로 보면 사물의 모양뿐만이 아니라 운동 상태, 즉 정지한 물체가 움직이거나 움직이던 물체가 멈춘다거나 혹은 운동하는 물체의 속력이 변하려면 힘이 개입한다는 의미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이 힘이란 바로 신으로부터 오는 것이었다. 모든 운동의 원인을 신이라고 믿었고 신은 부동의 동자이면서 모든 운동의 원인자였다. 이것은 너무나 확고하고 의심할 수 없는 진리였다. 힘의 물리량을 숫자로 양화한다는 것은 17세기 전까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인식의 폭탄이 떨어졌길래 힘과 신을 분리하게 되었을까? 어떻게 힘의 크기를 .. 2021. 12. 10.
그대와 나는 탈주선을 그린다 뒤로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무엇인가를 본다는 것은 보기 전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것은 그것을 알기 전으로 되돌릴 수도 없다. 무엇인가를 만진다는 것은 손의 감촉이 기억하기 이전으로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다. 무엇인가와 관계하는 것은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시작되기 전의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관계다. 관계는 뒤로 갈 수 없다. 뒤로 돌아갈 수 없는 것들에게는 탈주선의 흔적이 그려져 있다. 모래시계를 위아래로 돌려놓으면 감쪽같이 그때가 처음인 것처럼 시간이 시작된다. 위와 아래가 바뀌기 전까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 되고 있었다고 해도 위와 아래를 뒤집는 순간 현재성의 위력은 소멸한다. 분투하며 살았던 시간도 게으른 시간도 누군가를 미워하고.. 2021. 12. 10.
“사피엔스의 종말과 변종 인류의 출현” 강의 요약 제30회 콜로퀴움 “사피엔스의 종말과 변종 인류의 출현” - 강의 내용 요약 - 제30회 과신대 콜로퀴움에서는 구미정 숭실대학교 초빙교수님을 모시고 ‘사피엔스의 종말과 변종 인류의 출현’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미 죽었는지도 모르는 지구를 위해 과연 어떤 인류가 나타나야 하며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희망이 될 수 있는가를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 * * 우리는 모두 사피엔스입니다. 호모 속(屬)에 속한 사피엔스 종(種)인 것입니다. BC 7만 년에 발생한 인지혁명에 의해 다른 인간 종은 사라지고 사피엔스만 남게 됩니다. 인지혁명 이전의 인간은 미물에 불과했으나 혁명 이후 지구 먹이사슬의 최정상에 오르게 되고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쳐 현재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여 모바일 디지털화, 융합.. 2021. 12. 10.
얇지만 두꺼운 책 - 과학으로 신학하기 존 폴킹혼의 “과학으로 신학하기”(영어 제목 Theology in the context of science)는 과학과 신학과의 대화를 직접적으로 다룬 책이어서 언젠가 한번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읽게 되었습니다. 영문판(SPCK 출판사판)은 112쪽밖에 안되는 책이어서 일주일이면 될 줄 알았는데, 행간이 매우 깊고 넓어서 한 문장 한 문장, 한 단어 한 단어를 깊게 생각하며 읽느라 2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읽은 내용이 소화가 안 된 상태라 과연 제가 서평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하게 제가 공감하게 된 구절 중심으로 짧게 서평을 써 보았습니다. 한글판은 모시는사람들 출판사의 신익상 교수 번역서입니다. 1. 개방성(openness) 존 폴킹혼이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쓴.. 2021. 12. 10.
현대 기술 산업 사회가 품고 있는 ‘근본악’과 ‘전체주의’에 대하여 1. 이상 기후 때문에 지구 곳곳에서 전대미문의 재난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하늘이 뚫린 듯이 쏟아지는 집중폭우로 인한 홍수, 이상고온과 가뭄 그리고 끝없이 계속되는 대규 모 산불, 한 도시를 다 날릴 것 같은 초대형 허리케인, 북극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사라지고 있는 작은 섬나라들 …. 이게 다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이상 기상 현상은 지역적이라고 한다면 전세계가 2년째 고통을 겪고 있는 코로나 19 팬데믹은 전 지구적이다. 지금도 계속 변종이 나와서 언제 종식될지 모른다. 팬데믹은 코로나가 처음이 아니다. 에이즈, 메르스, 에볼라, 사스, 신종플루 등 예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인수공통감염병이 최근에 자주 발생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2. 전문.. 2021. 12. 9.
갈릴레오의 두 목소리 과학과 종교의 문제를 다룰 때 항상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바로 갈릴레오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 모델에서 갈등관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독립의 길로 들어서게 한 인물로 갈릴레오를 꼽는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두 권의 책을 주셨는데 성서와 자연이라고 말한 그는 자연의 언어가 수학이므로 그 언어를 알아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자연을 수학화하는 데 공헌을 한다. 역사란 현재시점에서 과거를 조명해 보면 그 당시의 상황으로 인해 제기된 질문과 주장들이 합당했더라도 거기에는 모호성과 부정성을 내포한다. 기울어진 비탈길에서 굴리는 돌멩이는 가야할 방향은 하나의 필연성이다. 예컨대 수학적 언어가 추상화시킨 이 세계가 마치 우리가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실제의 세계와 동일시되어버리고, 데카르트, 뉴턴으로 이어지면서 수학.. 2021. 11. 10.
그대와 나는 가장 '고유한 가능성'에 있다 우리의 미래는 1시간에 60분의 속도로 다가온다. 이 속도는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주어진 우리의 삶의 속도, 인생의 속도이다. 그러나 미래라는 속도는 엄밀히 말해 각자 사는 방식에 따라서 달라지며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양과 질이 다른 미래가 된다. 그럼에도 여기에서 우리는 피할 수 없이 결정된 하나의 진리를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그대와 나는 모두 언젠가는 죽음에 이르는 존재라는 것이다. '죽음'은 우리의 가장 고유한 가능성이다. 토요일 오후에 불현듯 찾아온 사유는 죽음이다. 사유라는 것은 시를 짓는 것이라 했으니 나는 지금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짓고 있다. 시를 짓는다는 것은 언어가 비로소 언어가 되게 하는 것이기에, 언어는 존재의 집이기에, 나는 존재를 받아쓰고 있다. 잘 움직이던 기계가 고.. 2021. 11. 10.
화학 이야기, “동이부동同而不同” 화학 이야기 “동이부동同而不同” - 로얼드 호프만의《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The Same and Not the Same》서평 1. 몇 년 전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으로 한동안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옥시로 대표되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의 폐에서 섬유화 증세가 나타나 사망한 사람 수가 정부의 공식 집계만 92명에 달하는 사건이었다. 이 살균제에는 회사에 따라 CMIT/MIT, PHMG 또는 PGH라는 화학물질이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회사는 이 성분이 어떠한 방식으로 사람의 몸에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에 충분한 안정성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표시까지 하여 판매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죽거나 심각한 장애를 겪게 되었다. 이 살균제는 가습기에 넣는 물에 첨가하도록 되어.. 2021. 11. 10.